반갑습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지난 제62차 천+뇌 모임에서 리스만 도표를 발표했습니다.

 

 

3번째 천+뇌 모임 참석이었고 60차 모임때 김현미 선생님께서 하신 리스만 도표 발표를 넋 놓고 보았습니다. 저녁식사 때 김현미 선생님과 이야기 하면서 저도 모르게 "다음엔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해버렸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고 62차 모임공지에 제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솔직하자면 다른 복잡한 뇌구조를 발표하느니 네모상자와 화살표만 있는 리스만 도표가 훨씬 수월해 보여 신청했습니다. 게다가 박사님께서 일주일 만에 누구든지 외울 수 있다는 말씀이 솔깃했습니다.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특별한 뇌과학 수업만 듣는 날나리 수강생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뇌과학 관련 용어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수준이었고 예, 복습은 하지도 안았습니다. 그저 꼬박꼬박 수업 참석하고 수업시간에 졸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발표일이 정해지고 공부할 수 있는 날짜를 세어보니 7일간의 시간이 있더군요. 각 날짜마다 할 일을 계획했습니다. 여유 있는 기간이라 생각했습니다.

 

 

1월 4일에 처음으로 무작정 리스만 도표를 그려봤습니다. 네모상자도 삐뚤빼뚤, 상자들 위치도 엉망으로 그려져 그리다 말았습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오래전 도면 그릴 때 사용했던 기름종이를 찾아서 리스만 도표위에 붙이고 4색 볼펜으로 그려봤습니다. 그대로 베끼는데도 46분이 걸리더군요. 그렇지만 네모상자들의 위치와 크기는 어렴풋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표를 다 그려 본 후 용어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쓰고 외우고 발음기호보면서 발음하고 이렇게 이틀이 지났습니다.

 

 

1월 7일부터는 네모상자들 배치와 개수를 나름대로 대칭화, 수량화하여 그렸습니다. 도표 전체를 3번 그리고 각 대뇌 영역 상자를 따로 그룹화하여 외울 때까지 그렸습니다. 홍종연, 이진홍 선생님의 발표 영상도 봤습니다.

 

 

8일에는 네모상자 그리는 시간을 측정하며 그렸습니다. 17분, 15분 47초, 16분 걸렸습니다. 얼추 된 거 같아서 화살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도통 이해가 안가는 화살표 투성이었습니다. 김현미 선생님 영상을 보며 화살표 진행 순서를 적었습니다. 순서를 외웠습니다.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뇌과학에 관해 아는 내용 없으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앞서 발표하신 세 분은 저처럼 오래 걸리지 않으셨다 합니다. 당연하지요 그분들은 이미 오랫동안 공부하셔서 배경화가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10일엔 김현미 선생님 동영상을 다시 봤습니다. 화살표 진행 순서를 1-90번으로 맞췄는데 40번까지만 외워졌습니다. 화살표 40번까지 전체도표를 처음으로 외워서 그려보았더니 21분이 나왔습니다. 동영상을 다시 봤습니다. 40-90번 화살표는 도통 외워지지 않더군요. 게다가 화살표를 그리다 보니 네모상자들의 위치도 재배열되어야 했습니다.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박사님께서 최소한 20번은 그려야 한다고 하셨는데... 연습노트를 덮고 읽다 만 김애란의 <비행운>을 다 읽어버렸습니다.

 

 

11일 아침부터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화살표는 못 외웠고 계획서엔 전지연습을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욕심은 앞서 전지 10장과 색색별 마커를 사놓고 침실 벽에 전지를 붙여 놓았습니다. 사무실 화이트 보드에 연습하고 싶었고 저녁 8시 몽골책 편집회의 전까지 완벽히 외어야 했습니다. 연습노트에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화살표 진행방향이 외워졌습니다. 사무실 화이트 보드에 처음 그려보니 33분이 걸렸습니다. 박순천 선생님과 반듯하게 네모상자 그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반듯한 화살표 연습도 했습니다. 밤 늦게 집에 와서 전지에 그려보니 34분 20초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며 연습노트에 연습하다 잠들었습니다.

 

 

12일 발표 전날입니다. 연습노트에 5번, 전지에 5번을 그리기로 계획했습니다. 시간을 재니 25분, 23분24초, 23분40초, 23분13초, 23분56초가 나왔습니다.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반복해서 실수하는 부분은 따로 적어 놓았습니다. 전지 연습은 29분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26분38초가 걸렸습니다. 팔도 아프고 네모상자와 화살표가 삐뚤빼뚤 합니다. 내일 발표라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13일 아침, 전지에 마지막 연습을 했습니다. 26분! 아 큰일 났습니다. 40분 일찍 엑셈에 도착해서 화이트보드에 네모상자만 배열해 보았습니다. 제가 연습했던 전지보다 2배는 크더군요. 반듯한 네모상자 그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연습노트에 후다닥 1번 그려봤습니다.

 

 

드디어 1번 선수 조성재군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콩닥콩닥... 화장실을 3번이나 들락거렸습니다. 박순천 선생님 발표 때는 제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능숙하게 발표를 마치셨습니다. 부러웠습니다. 대전 MBC에서 촬영을 왔습니다. 무대공포증과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데 하필 제 순서부터 촬영합니다. 긴 호흡을 하고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동영상에 찍혀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공연무대 작업 후 첫 공연을 무사히 마치면 느껴지는 명치끝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발표 후 느껴졌습니다. 지난 3년동안 작업을 하지 않았으니 꽤 오랜만에 맛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서야 박자세 회원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뇌과학 공부에 첫 발을 내딛은 분들에 권해드립니다. 리스만 도표부터 시작하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외우면 됩니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1주일이면 됩니다 딱 1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