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후기
진달래꽃 ~
나의 어머니
송년회의 밤
박사님께서 불쑥 꺼내신 문태준의 가재미!!
온 사방이 어두운 물 속 풍경으로 돌아가고
나도 가재미가 되어 바다 속 모래들을 헤집는다.
뿌연 모랫물결 속으로
공주의료원에서
하얀 침대보에 반이 잠긴 나의 어머니
나의 어머니의 한쪽 눈이
퀭한 한쪽 눈이 나를 본다.
들초로 비바람을 이겨내시고
봄바람 한들한들
그 바람사이로 웃고 있는 진달래꽃 나의 어머니
가재미라는 시 보따리를 통해 난 나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뼈만 남고 다리에선 물이 줄줄 흐르시던 병원침대에 반이 잠긴 나의 어머니
마지막 순간
어머니의 몸은 이미 생명을 잃었지만
그 퀭한 한쪽 눈으로 수정같은 눈물 한방울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고 그 한방울의 어머니의 눈물은
아직도 .....나를 잠기게 한다.
아! 가재미란 시가 이런 시였습니까?
가재미란 시집을 볼 엄두가 나지 않네요.
암으로 젊은 황금같은 시절내내 투병하다 죽음을 맞이한 제 누님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시여서....
멘토님의 댓글입니다.
멘토님의 댓글을 보면서 '시'가 주는 상념의 무게가 모두에게 이렇듯 다르구나를 느꼈습니다.
다시 어윤숙님의 글을 읽으면서 시가 불러 일으키는 많은 감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제가 읽은 문태준의 시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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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 구름 - 문태준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살랑살랑 흘러가는 세월이 어디 있더냐
그대가 밤새 쭈그려 앉은 올빼미가 된들, 여막을 석삼년 지킨들
아하, 혼백이 떠나지 않더냐
독뱀처럼 잔뜩 웅크려야 한 번 파안대소하는 것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살랑살랑 흘러가는 세월이 어디 있더냐
오늘밤 번갯불은 어느 낯의 반쪽을 비춰줄까
구름이 간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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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빨리도 흘러갑니다. 그러나 살랑살랑 흐르는 세월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금니 꽉 깨물고 지낸 시간 사이에
구름이 갑니다. 빨리도 지나 갑니다.
그 흐르는 시간 사이에
홀연히 들추어진 그리움 어린 이야기,
상채기 섞인 기억이
김소월의 시처럼 어제도 아니 잊고, 오늘도 아니 잊고
먼 훗날 잊을 것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게
우리네 삶인지도 모릅니다.
가재미처럼 삶과 죽음 사이를 동시에 살고 있는게
우리인 것이지요.
문태준의 시, 꽃 진 자리에 나온 어구처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을 해야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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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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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피고 그 한 순간처럼
들었다 내쉬는 한 호흡같은 인생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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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흡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 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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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게 소아를 치료하다가 요즘은 성인 물리치료를 겸하고 있습니다.
모두 환자복을 입고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또 다시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힘들어 가픈 호흡을 내뱉고, 소변줄을 매달고, 아픈 어깨를 붙들며
삶의 한 호흡을 내 쉬고 있습니다.
너무 빠른 구름의 마지막 구절처럼
구름이 갑니다. 지나갑니다.
김소월의 시, 가는 길에 구절처럼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하는 인생입니다.
또 다른 가재미를 읽고 갑니다.
어윤숙님 글 가슴 어리게 보고 갑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