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에 참선하러 다니던 때이다. 이동거리가 꽤 되고 생업도 있어서 일주일에 2회 정도 나갔다. 선방 내에서는 묵언(默言)이 청규의 필수요소이다.

 

그날도 전철에서 내려 얼마 안 되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리는 깨끗하고 늘어선 상가들도 말끔한데, 갑자기 담배연기가 코를 찌른다. 가게 앞에 몇 사람들. 어쩌면 저들은 이렇게 밖에 나와 실외흡연을 하노라, 착한 애연가 자부도 있겠지


담배연기 포화를 뚫어야 하는 나는, 오늘도 무혈입성은 안 되나보다.

나의 백마고지는 포연(砲煙) 너머에 무심하기만 하다.  


이미 들이켰다. 허파가 졸지에 침입을 당했으니, 이 불청객을 내쫓으려 몸속은 비상이 걸려 분주하리라. 으쌰! 으쌰! 박자세 언어로는, 리쿠르팅! 단백질 백만 대군 동원이다. 이 침입자를 곧바로 내쫓으면 참 좋겠는데, 그러지는 못한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고요한 선방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백만 대군의 전투가 이때서야 끝난 것이다. '큰 일 했다!' 칭찬해줘야 하는데, 나는 선방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물론 실제로 쫓겨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스스로 난감하여 검토를 해보게 된다는. 

백만 대군이 묻는다.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