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강원도 감자'가 화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중단되고, 감자 생산농가가 곤란에 처하자 강원도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도지사가 귀여운 이미지로 앞장 선 '최문순 감자'를 사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려도 봤지만, 연일 매진행진에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강원도 감자, 최고!" 댓글만 남기고 감자는 딴 곳에서 샀다. 가격은 3배 이상 더 줘야 하는 제값이지만 감자소비에 동참한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이니, 딱히 불만을 터트릴 이유는 없었다


여름 뙤약볕 아래서 감자를 캐고 마당에 감자가 산더미로 쌓이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건 결코 남의 감자가 아니었다. 왜 그리도 무겁던지! 무겁기 그지없던 감자를 냇가 밭에서 집까지 옮기고, 그것들을 분류하고 저장하느라 골병이 들 지경이었다. 3 가을 시내로 이사하기까지, 매년 여름 땀범벅에 감자와의 씨름은 피할 수 없는 농사일이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지 않던가. 그래서인가 감자는 언제나 정겨운 '내사랑 감자'이다. 감자 10kg을 받고 5일쯤 되니, 하얀 싹눈이 5밀리 정도 나와 있다. '어쩌지?' 싹 나는데 선수라서 싸게라도 속히 팔아야 했던 강원도의 속사정을 이렇게 마주한다. 도리가 없다. 몽땅 껍질을 벗겨 냉장고에 넣을 수밖에. 물론 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요리가 감자채국이다. 다시마, 표고, 우엉, 호박고지, 베지시즈닝을 넣어 국물을 내고, 거기에 감자를 듬뿍 채 썰어 넣는다.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끓인다. 구수하고 담백하다. 후추, 참깨가루는 넣어도 좋고 안 넣어도 좋다. 비건 채식에 오신채도 않는 나에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새로운 간식이 되었다


이건 순전히 발견이다. 국수국물 내느라 만든 것을 국수 넣기 전에 맛보다가 발견한 것. 매일 감자채국 해먹으니 감자가 잘 줄어든다. 남은 감자는 부침이다. 청양고추와 양배추절임을 갈아 넣고 감자부침을 잔뜩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양배추는 남으면 무조건 절여둠). 이렇게 감자 10kg 소비 완료다


요즘엔 경기도에서 하는 친환경 꾸러미 '드라이브스루' 판매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 납품이 중단된 농가들을 위해서라 한다. 판매-소비가 되지 않으면 애써 지은 친환경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한다니, '친환경 꾸러미' 신선식품이 싸게 많이 팔리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 같다.